5월

일상 2016. 5. 29. 00:52

이제 일경휴가도 다녀왔고 조금 있으면 일말, 상경이다.


1. 4월 중순쯤부터 또 오지랖이게시리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하고 싶은말만 하자면 집단주의는 정말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다. 동양인이 봐도, 서양인이 봐도 안 좋은것이라면 그건 그냥 안 좋은 것이다.근거를 설명해주는 글을 이제는 페이스북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똑똑하다는 애들이 더욱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을 갖는다.

 맨부커상으로 핫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자신의 채식과 토플리스를 '주장'하는 영혜는 주변의 간섭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주목해야하는 점은 이미 (한국) 독자가 읽는 와중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이나 집단주의는 한국에 뿌리깊게 내려있다.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사유가 쉽지 않은것 같다. 아시아에서 종교와 독립적인 철학이 있을까? 사유는 오로지 종교적 차원으로만 정당화받아야 했었나? 뭐 어쨌건, 현대에 들어와서도 지금 정도의 집단주의적 사회에서 개인의 세계, 생각을 갖기란 쉽지 않은것 같다.


 나는 이미 집단주의는 미개한 오답이고, 개인주의는 당연한 정답이라 생각하고 있다. 어떤 글에서는 지금 이러한 갈등, 혼란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혼재에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나도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처럼 완벽한 집단주의라면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집단주의라면 이미 규정된 집단말고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 세계가 이미 인터넷으로 다 통하게 됐건만 이런 혼재가 유독 우리나라(아시아가 다 그러려나? 암튼)에서 심한 것은, 집단주의가 틀렸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의 자명함은 우리나라 안에서도 통하지만, 반면 한국을 공부했거나 한국에서 회사생활하고 있는 서양인들은 우리나라의 집단주의에 혀를 내두른다.


 뭐, 그 외에도 군대문제도 많다(주변 사람들, 특히 후배들이 이런 환경의 군대에서 21개월을 보내야한다는 것은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며칠동안은 정말 화나있었지만 내가 어쩔수 있는것이 없다. 그나마 요즘 20대들 사이에서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이제는 다시 진부한 생각이 되어버렸다. 화나지도 않는다.



2. 자극이 필요하다.


 일경휴가때 한번 친구네 탁구장에 갔었다. 그 친구는 대학에 가서 탁구를 굉장히 열심히 쳤고 지금은 나보다 훨씬 잘친다. 그 탁구장에 있던 다른 삼촌들 실력도 다 나보다 월등히 좋았다. 나보다 못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나는 그 곳에서 별 볼일이 없었다. 적어도 내 열등감이 그랬다. 순간, 꼴찌로서 비참해지면서 피가 돌고 아드레날린이 돌기 시작했다. 전날 스테이크 무한리필을 해먹어서 탁구장에서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는데, 비참해지니 못자고 못먹은것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날 나는 16년도 들어서 가장 몰두했던것 같다. 가장 재미있었다.

 수학도 그렇다. 수학도 자극이 필요하다. 입대한 이후로 누구와도 수학얘기를 해본적이 없다. 똑똑한 후배 한명은 수학 역시도 사회학적 활동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수학을 하면서 논다는 얘기다. 대화하는 두 사람 모두 똑똑하다면 두 사람 모두 자극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공교롭게도 지금 나는 집단주의가 가장 심하고(물론 이정도까지 심한거야 특수조직이라 이해한다만은...), 수학과 탁구에서 아무런 자극을 받을 수 없는 군대에 속한 군인이다. 1년 남았다.



3. 그럼 남은 기간동안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올해 10월쯤에 아들군번이 들어오는데, 딱 아들군번이 전입하면 그때부터 텝스, 토플준비 들어가려고 한다. 아들군번들어오면 시간이 많이 안 남았다는 느낌이 들것같아서이다. 끝나면 또 17년일테니 GRE준비를 해야한다.

 입대하고나서 산책하는 버릇과 자서전을 읽는 버릇이 생겼다. 자서전은 많이 읽는 것은 아니고 잊을만하면 읽는다. 이런 취미를 하는 동안에 나의 미래를 많이 생각해보곤 한다.

 수학도 천천히 공부하고 있다. 빠르게 하고있지 않다. 재미없으면 안한다. 재미있으면 한다. 오히려 부대에서는 시간남을때는 할수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 자연스레 책에 손이 가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군대다니는게 진짜로 중학교, 일반고등학교 다니는 느낌도 강해서 내가 다시 어려진 기분이 든다.

 다시 나를 중학생(그니까 career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전의 신분)으로 대입해본다. 나는 내가 late starter라 생각한다. 유학나가서 훌륭한 동기들 사이에서 평균도 못찍을 수도 있다. 과학고등학교, 대학교를 경험하면서 느낀건, 그냥 계속 하면 된다는 것이다. 황준묵 교수님 말씀따라, 벽이 있으면 그만큼 배움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맞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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