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우울.

일상 2018. 11. 4. 16:32

 나는 대략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수학자가 되기를 원했는데, 지금은 내가 좋은 수학자가 될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과학고에 들어가면서부터 처절하게 경쟁을 했는데, 그 때부터 나는 그냥 공부를 잘 하길 원했다. 뭐 이를테면, 조화해석학, 위상수학, 복소기하, geometric analysis보다는 서울대, 수석입학, 수석졸업, 삼성장학금, 고등교육재단 장학금, MIT, Princeton, 최고논문상, Ven Vleck assitant professor, 교수 승진, 석좌교수 등등 이런 것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하게 말해서, 공부 잘하고 싶고, 떵떵거리고 싶은 것이 학생, 학자로서 당연한 욕구이지만, 너무 그것 밖에 없다. 수학을 하는 이유가 단지 똑똑해지고 싶고, 그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마음으로 한다면, 그건 개찌질이다. 내가 해봐서 안다. 이 것도 되게 강한 욕구라서 나도 적잖이 노력을 했지만, 수학은 공학보다도 비교도 안되게 깊어서, 자존심만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 가령 성공한다 해도, 그 성취가 조금일 것이고, 자기 방어에 찌들어서 매우 불행할 것이다.

 흥미가 우선인 사람과 자존심이 우선인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나는 나의 수학적 자질에 관심이 많으므로, 이 두 유형의 차이에 대해서 잘 안다. 학생 세미나를 해보면 딱 나온다. 좋아해서 하는 사람은, 자신이 잘 아는 것이 나오면 잘 듣고, 모르는 것이 나오면 잘 물어본다. 잘난 맛에 하는 사람은, 잘 아는 것이 나오면 과시하고, 모르는 것이 나오면 숨긴다. 후자의 경우는 보기가 매우 안 좋다. "이렇게 살 바에 수학을 안 하고 말지"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여기 너무 답답하다. 그냥 여기가 전반적으로 수준이 안 된다. 어림도 없다 이 정도로는. 다들 그냥 공부 잘 한다는 얘기 듣고 싶어서 하는거지, 수학에 대한 흥미를 보여주는 사람은 극소수다. 본인들끼리 하는 애기들을 듣노라면 정말 한심하다. 시야도 좁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러고 있으면 햇수로 7년 8년 채울때 쯤엔 박사학위 쥐어주시겠거니 하고 넋놓고 기다리고 있다. 정말 무능하게 몇년을 보내는 건지. 나는 여기가 전혀 성에 안 찬다. 10명 중에 1명은 다른 9명을 위해서 잘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욕을 하자면 1시간 내내 할 수 있을 것 같다. 꼴도 보기 싫다. 왜 이리 답답한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다수가 수학을 그만 두었고, 소수(세명 다 물리과네)가 공부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나이가 어느 선을 넘어가니, 다들 본격적인 수학을 경험하고, 더 이상 남들과 비교를 하지 않으니,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타대생들은 나이가 찼는데도 아직도 연습문제 수준의 문제를 풀고는 남들과 비교하고, 과시하고, 숨기고, 연차가 차고서도, 박사가 되어서도,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내가 왜 유학을 지원하는지 모르겠다. 이번 여름에 고등교육재단 장학금과 청암 장학금에 지원을 했는데, 고등교육재단은 됐고, 청암은 안 됐다. 유학 지원도 이 동전 던지기의 결과를 따르고 있는 건데, 문제는 내 스스로 학자로서의 자질에 대해서 답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사실 몇년동안 생각해오던 바이다. 내 스스로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지 확신이 안 설때마다 유학지원을 미뤄왔다. 지금도 확신이 없다. 항상 선택을 마음이 가는대로 했는데, 이렇게 확신도 없이, 오히려 마음의 방향과 다른 선택을 한 경우가 처음이라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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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8. 4. 1. 22:07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언어가 너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내가 흥미로운 것을 보일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든다. 몇년을 읽으니 책을 꽤 잘 읽을 수 있지만, 그만큼 써내보라고 하는게 박사과정일 것이다. 스스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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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을...

일상 2017. 11. 13. 00:45

옮겨야 하나...


최근까지 유학 고민을 하다 교수님 한분이 공부 같이 한번 해보는게 어떻겠느냐 하셔서 최소 1년 이상은 포항에 있게 되었다. 대가이시기 때문에 좋은 기회다. 하지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으셔서 아주 좋은 조건은 아니다. 근데 생각하시는 문제를 얼핏 들어보니, 기존의 증명을 좀 더 본질을 짚고, 깔끔히 증명하는 식인 것 같은데, 이렇게 가면 후속논문을 이어나갈 수 있을가. 그리고 국내에 복소기하하는 사람이 많이 없다.


미국에도 탑스쿨은 거의 정수론, 대수기하가 대세인 반면, 복소기하는 조금 랭킹이 바깥인 학교에 거의 계시다. 물론 각 교수님들은 거의 탑스쿨 출신이고, 연구가 활발하다. 복소기하와 탑스쿨의 교집합이 적은게 좋은건지 나쁜건지는 모르겠다.


꼭 포항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다.


내가 어느 대학원을 나와서 어떤 교수와 일해서 세상에 어떤 연구를 내놓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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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일상 2017. 7. 28. 01:43

두려움은 굉장히 보편적이면서도 에너지가 큰 감정이다.


군대를 가기전에 어렸을 때는 열등감 극복과 그저 수학을 한다는 꿈이 나를 이끄는 힘이었고(물론 인정받고 싶은 마음, 우월감, 우쭐대는 마음도 컸지만, 제대한 이 시점에서는 거의 없다. 그리고 이 마음이 나의 뿌리라면 미국가서 당황하겠지. 아무리 노력해도 근처에도 갈수없는 천재가 바로 옆에 있을것이다), 이것이 너무도 명확해서 두려움 앞에서 등을 돌려본 적이 없다. 두렵다고 느끼기는 커녕 그냥 내가 지나야할 단계정도로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입대하고 나서 나는 경쟁을 하지 않은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약해져있는 것을 매일같이 체감한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 그 실패가 두렵다. 대학원 과정은 나의 사회적 지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려움을 피해서는 안된다. 두려움과 긴장은 내가 가진 것을 모두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활력이다. 그 두려운 와중에도 지금 이 두려움이 나를 뛰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하고, 내가 해야할 것을 해야한다. 심장수술을 진행하는 의사나, 파일럿, 올림픽 출전하는 선수들 모두 온몸이 긴장되고 땀을 흘릴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그러는 와중에도 본인이 해야할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


나는 이런 프로가 되고 싶다. 사람이 삶을 사는데 있어서 가장 수준높은 삶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만 못하다. 과고다닐 적에는 2주에 한번씩 학교에서 나왔었는데 다시 학교로 들어가는 길이 그렇게도 끔찍히 싫었다. 달리 피할 길도 없었다. 오로지 열심히 하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 믿고 열심히 했으니, 내가 할수 있는 것은 다 한 것이다. 물론 잘본시험도 있고, 못본시험도 있다. 아는데 틀린 문제도 있고, 모르는데 맞은 문제도 있다. 이 부분은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은 이제 많지 않다. 그저 내 앞으로 주어진 상황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것뿐. 지금은 탁구 조차 편하게 치려 그런다. '에이, 어차피 상대가 나보다 오래 쳤으니까', '에이,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겠지.' 이길 수 있는 걸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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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일상 2017. 3. 22. 21:03

1. 앞

전역이 다가온다.


  고민이 많다. 원래대로라면 제대하고 바로 유학준비하고 올해 원서넣을 생각이었는데 요즘엔 서울대 지원할까 생각중이다. 가장 주된 이유는 분야인데, 글쎄 진짜 옮겨야 할지 말지. 머리가 많이 아프다. 결정된게 하나도 없다. 



2. 옆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은 이래야한다'는 주의였는데 이제는 '사람이면 다 그렇다'는 식의 생각이 생겼다. 가슴 답답해봤자 내 손해다. 어떻게 세상일이 다 내 마음대로 되고 세상사람들이 다 내 기준에 들어맞겠나. 나쁜 일이 일어났을때 가만히 있으라는게 아니라, 혼자 마음 속에서 계속 옳고 그름을 따지면서 답답함을 느끼고 괴로움이 들지 않게 하라는 얘기다. 지나쳐서 마음이 괴로울 때는 본인이 지금 아무것도 나아가는 것 없이 혼자 힘들기만 한 것을 인지해야한다.

  요새는 마음이 이런데, 글쎄 문제의식이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3. 뒤

  그 동안은 항상 발휘가 제일 재미있었다. 그게 공부건, 게임이건, 운동이건 지금까진 그랬는데 수학이 대학원 수준으로 깊어지면서 잘하려고, 잘되는 맛, 욕심에 공부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것을 절감한다. 이 한계가 선택과 집중이 잘 안되서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앞으로 해야할 공부가 산더미처럼 남았다고 내가 부담을 먼저 느낀다면 나는 지금 욕심이 지나친 것이다. 천천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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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일상 2016. 5. 29. 00:52

이제 일경휴가도 다녀왔고 조금 있으면 일말, 상경이다.


1. 4월 중순쯤부터 또 오지랖이게시리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하고 싶은말만 하자면 집단주의는 정말 마음에 안든다는 것이다. 동양인이 봐도, 서양인이 봐도 안 좋은것이라면 그건 그냥 안 좋은 것이다.근거를 설명해주는 글을 이제는 페이스북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똑똑하다는 애들이 더욱 개인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을 갖는다.

 맨부커상으로 핫한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자신의 채식과 토플리스를 '주장'하는 영혜는 주변의 간섭으로부터 절대로 자유롭지 못하다. 가장 주목해야하는 점은 이미 (한국) 독자가 읽는 와중에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이나 집단주의는 한국에 뿌리깊게 내려있다.

 집단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사유가 쉽지 않은것 같다. 아시아에서 종교와 독립적인 철학이 있을까? 사유는 오로지 종교적 차원으로만 정당화받아야 했었나? 뭐 어쨌건, 현대에 들어와서도 지금 정도의 집단주의적 사회에서 개인의 세계, 생각을 갖기란 쉽지 않은것 같다.


 나는 이미 집단주의는 미개한 오답이고, 개인주의는 당연한 정답이라 생각하고 있다. 어떤 글에서는 지금 이러한 갈등, 혼란은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혼재에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나도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처럼 완벽한 집단주의라면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집단주의라면 이미 규정된 집단말고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 세계가 이미 인터넷으로 다 통하게 됐건만 이런 혼재가 유독 우리나라(아시아가 다 그러려나? 암튼)에서 심한 것은, 집단주의가 틀렸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의 자명함은 우리나라 안에서도 통하지만, 반면 한국을 공부했거나 한국에서 회사생활하고 있는 서양인들은 우리나라의 집단주의에 혀를 내두른다.


 뭐, 그 외에도 군대문제도 많다(주변 사람들, 특히 후배들이 이런 환경의 군대에서 21개월을 보내야한다는 것은 굉장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며칠동안은 정말 화나있었지만 내가 어쩔수 있는것이 없다. 그나마 요즘 20대들 사이에서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어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이제는 다시 진부한 생각이 되어버렸다. 화나지도 않는다.



2. 자극이 필요하다.


 일경휴가때 한번 친구네 탁구장에 갔었다. 그 친구는 대학에 가서 탁구를 굉장히 열심히 쳤고 지금은 나보다 훨씬 잘친다. 그 탁구장에 있던 다른 삼촌들 실력도 다 나보다 월등히 좋았다. 나보다 못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나는 그 곳에서 별 볼일이 없었다. 적어도 내 열등감이 그랬다. 순간, 꼴찌로서 비참해지면서 피가 돌고 아드레날린이 돌기 시작했다. 전날 스테이크 무한리필을 해먹어서 탁구장에서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는데, 비참해지니 못자고 못먹은것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날 나는 16년도 들어서 가장 몰두했던것 같다. 가장 재미있었다.

 수학도 그렇다. 수학도 자극이 필요하다. 입대한 이후로 누구와도 수학얘기를 해본적이 없다. 똑똑한 후배 한명은 수학 역시도 사회학적 활동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수학을 하면서 논다는 얘기다. 대화하는 두 사람 모두 똑똑하다면 두 사람 모두 자극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공교롭게도 지금 나는 집단주의가 가장 심하고(물론 이정도까지 심한거야 특수조직이라 이해한다만은...), 수학과 탁구에서 아무런 자극을 받을 수 없는 군대에 속한 군인이다. 1년 남았다.



3. 그럼 남은 기간동안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올해 10월쯤에 아들군번이 들어오는데, 딱 아들군번이 전입하면 그때부터 텝스, 토플준비 들어가려고 한다. 아들군번들어오면 시간이 많이 안 남았다는 느낌이 들것같아서이다. 끝나면 또 17년일테니 GRE준비를 해야한다.

 입대하고나서 산책하는 버릇과 자서전을 읽는 버릇이 생겼다. 자서전은 많이 읽는 것은 아니고 잊을만하면 읽는다. 이런 취미를 하는 동안에 나의 미래를 많이 생각해보곤 한다.

 수학도 천천히 공부하고 있다. 빠르게 하고있지 않다. 재미없으면 안한다. 재미있으면 한다. 오히려 부대에서는 시간남을때는 할수있는 것이 별로 없으니 자연스레 책에 손이 가기도 한다. 이렇다보니 군대다니는게 진짜로 중학교, 일반고등학교 다니는 느낌도 강해서 내가 다시 어려진 기분이 든다.

 다시 나를 중학생(그니까 career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전의 신분)으로 대입해본다. 나는 내가 late starter라 생각한다. 유학나가서 훌륭한 동기들 사이에서 평균도 못찍을 수도 있다. 과학고등학교, 대학교를 경험하면서 느낀건, 그냥 계속 하면 된다는 것이다. 황준묵 교수님 말씀따라, 벽이 있으면 그만큼 배움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이니 기쁜 마음으로 맞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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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도 4월

일상 2016. 4. 18. 13:53

1. 군생활


  5월에 휴가 예정이다. 우선 5월2일로 잡혀있기는 한데 총검술 훈련때문에 휴가가 밀릴지도 모르겠다. 정현 소대장님 주도하에 하는 마지막 훈련이기 때문에 총검술 명단에 들어가도 나쁘지 않다.


  4월 14일 저녁에 물에빠진 사람 구하는 것을 도울 일이 있었다. 그때 사수였던 강경석 수경이 물에 들어가는거나 상황판단이나 어려운 일은 다 했다. 이런 일을 우리 중대 지휘요원들, 특히 중대장님이 경비단장님이나 지방청에 알리려 노력해주신 덕에 지방청장 표창(과 특박 2박 3일)을 받게 되었다.

복귀 버스안에서는 그저 이런 일을 경험한 것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표창까지 받게 되니 이건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도와주었다고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입대할 때부터 큰 사고 나지 않기를 기도해준 가장 친한 친구의 기도 덕이라 여기고 있었고, 오늘 외출나와서 부모님께 들으니 표창받은 날 4월 15일이 친할아버지 기일이다(들어야 알다니 이런 불효손...).

  14일 당직이셨던 중대장님은 15일에 퇴근하지도 않고 지방청 경비교통 과장님 오실때까지 수고해주셨다.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다.



2. 수학


  3월중에 드디어 Epsilon of room vol 1을 한번 봤다. 12장 Fourier transform까지 보았다. Tao가 이 책을 해석학의 내용에 관한 전반적인 overview라는 목표에 굉장히 충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점을 들자면 정말로 overview가 되었지만, 단점은 계속해서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중요한 순간에는 further reading을 해야했다. 특히 중반에 abstract analysis쪽이 재미있었다.

  뒷부분인 Distributions, Sobelov spaces, Hausdorff dimension은 아마 내가 해석학 쪽을 세부전공으로 만나게 된다면 결국엔 공부하게 될 것이다.


  끝내서 지금은 MacLane의 Category책과 Serre의 linear representations of finite groups, 가장 최근에는 structure theorems of rings를 공부하고 있다.


  후임 중 한명이 수학 공부에 관심있다고 해서 선형대수를 가르치기로 했다. 정리 하나를 설명해보라는 숙제를 던져주고 그저께 들어보니 수준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수준이야 처음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나도 초보자인건 똑같지만, 이 아이는 수학에 대한 관심보다는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너무 강하게 내비쳐줬다. 너무 강해서 듣는 사람 입장에서 반감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내 freshman 시절이 그랬다. 과탑내지 4.3이나 gold button에 대한 지나친 욕심, 그리고 한국 교육방식의 전형인 빠르고 정확하게 풀기, 그 강박관념이 오히려 수학을 이해하는 데는 독이 되었다. 군시절이 긴 만큼 옛날 공부방식에서 자유로워지려고 한다. 천천히 해야 이해가 잘 된다. 이제서야 조금씩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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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 12. 6. 15:11

경비단 본부 보급계로 발령이 났는데, 들어가서 일주일도 안돼서 안하겠다고 해서 나왔다. 글쎄 대부분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하는데, 나는 원래 있었던 1중대가 더 좋다. 개인시간도 더 많고 지휘요원들도 굉장히 좋다. 지금 계신 중대장님도 내년까지 계신다고 하고 소대장님도 승진시험결과에 따라 남아계실수도 있다. 본부는 너무 꼰대짓이...-_- 몸은 1년 내내 편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봤을때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거 같지가 않다. 1중대에서 출동나가는게 더 재밌다. 1중대에서 전역할 생각이다.


오늘 오전에 텝스를 쳤다. 800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오늘 시험은 700 중후반정도 나올것 같다. 스트레스 덕에 실력이 늘고 있지만, 얼른 해치워버리고 싶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학보는 눈이 계속 생기고 있는게 느껴졌지만 보급계 다녀온 뒤로 수학을 못 잡았다. 텝스때문에도 그렇지만 다시 생활 적응도 해야했다. 텝스도 끝났겠다 이번 외박부터 적어도 성적나오는 날까지는 수학을 좀 봐야겠다. 지금 Stone-Weierstrauss 정리의 연속선 상으로 Gelfand-Naimark 정리를 보고있다. 이게 왜 spectral theory, operator algebra에서 중요한 지는 다른 책을 더 읽어봐야 알 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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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5. 11. 6. 22:06

한마디로 하자면 생각보다 아주 괜찮다.

청장님이 10년도부터인가 전의경 생활문화개선을 했는데 6년째인 지금 거의 사라진것 같다. 악습이랄 것도 거의 없다. 소대분위기가 돌아가게끔 상하관계를 잡는 최소한의 악습 뿐이다.


사람들과 사귀는게 많이 서투르다. 이 사실을 직면하고 고쳐야겠다. 외골수같은 생각들은 다 자기방어, 회피가 아니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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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7월

일상 2015. 7. 30. 02:08
1.

오늘 해커스도 다 종강했다.

스피킹이 많이 늘었다. 가장 약한 파트였는데 많이 늘어서 전반적으로 영어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평소에 약하다고 생각했던 리스닝과 스피킹에 신경을 쓴게 도움이 되었다. 지금 텝스 토플치면 점수가 더 오를거같다.

GRE도 GRE 수준의 Voca와 글의 수준에 많이 적응이 되었다. Writing이 아직 조금 미흡한데 모범 essay들 여러번 타이핑하면서 좋은 문장, 깔끔한 문장을 많이 챙기고 논리가 깔끔하게 들어가는걸 많이 봐야겠다. 외국어에 서투니 스타일 내는것보다 하고싶은 말을 상대방 머리에 콕콕 박히게 하는 깔끔한 글이 제일 좋다. 한국어로 글을 써도 마찬가지다. 두 시험 다 충분히 준비할 수 있을것같고 고득점을 노려야겠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


열심히 해서 만족스러웠다. 집밖으로 나오니 좋다. 남은 2주 동안도 Voca 좀더 외우고, essay writing공부 더 하다 들어가야겠다.


2.

친구 초대로, 서울대 기독교 중앙동아리? 수양회에 다녀왔다. 다양한 사람들을 봤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자존심이 센 만큼 자기자신을 몰아붙일수 있고 학구적인 사람들이다. 좋은 학교의 조건이다. 이런 사람들 보고 배우면서 쭉 쫓아가야한다.

확실히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대학원생의 신분은 절대로 편하게 있을수 있는 신분이 아님을 실감했다.


기독교라... 계속하여 성경공부를 하며 자기반성을 하는 것이 참 좋다. 남탓, 사회탓을 하지않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중심의 역할을 해준다. 두 가지다 행복한 인생의 필요조건이라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나의 경우는 좋은 수학자가 되겠다는 꿈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


가장 중요한 믿음 부분은 아직 잘 모르겠다. 성경을 처음 2주 전에 처음 접했으니 당연하고, 군대가거나 유학가서 힘들때면 성경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3.

내가 이미 선생님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괴테가 이미 했던 명언들이 나의 생각과 같아 여기에 써놓는다.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


기쁘게 일하고, 해 놓은 일을 기뻐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가장 유능한 사람은 가장 배우기에 힘쓰는 사람이다.


고통이 남기고 간 뒤를 보라. 고난이 지나면 반드시 기쁨이 스며든다.


너무 서두르지도 말라. 그러나 쉬지도 말라.


그리고 최재경 교수님께서, 어린 시절 꾸어둔 꿈은 평생 멋진 삶으로 이끌어주는 등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셨다. 점점 실감한다.


4.

요즘 포스텍이 많이 뒤숭숭한 것 같다. 오랫동안 근무하신 직원 한분이 쓰신 글을 보고 그렇게 느꼈다. 한 교수님께서도 학교가 위기라 하신다. 확실히 Social Status가 많이 깨지고 있다.

입학할때는 애교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예전같지 못하다. 입학할때 부터 저번학기까지 천천히 단계를 밟게 해준 소중한 학교다. 그간 만났던 많은 사람들, 많은 추억들이 벌써 눈앞에 스쳐지나간다. 행복하다.

안했더라면 하는 실수가 없는건 아니지만, 거기서도 배운것은 있다. 다음부터 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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